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열린광장] 투표, 모두가 참여해야

아침 투표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나는 지난달 가주 예비선거 때 라미라다의 4개 투표소 중 한 곳에서 4일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선거일은 3월5일이었지만 투표소는 3일 전부터 문을 열고 유권자들을 기다렸다. 이곳은 LA카운티로 풀러턴과 길 하나 사이다.     하루는 투표소 입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카운티 주택국 직원인 에릭의 목소리다. 인도계로 몸집이 큰 그는 넉살이 좋아 투표소에 사람이 없으면 밖으로 나가 행인들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더니 에릭이 한인 여성 시니어와 함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했다. 투표소 근처에 사는 그녀는 매일 아침 산책을 하는데 마침 에릭이 그녀를 보고 투표했느냐고 물었던 것. 하지만 그녀는 영어가 서툴러 에릭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51년을 산 시민권자지만 한 번도 투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에게 투표를 권하자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투표 방법은 도와줄 수 있으나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지는 말할 수 없으니 자녀들과 의논해 내일 다시 오라고 권했다.   83세인 그녀는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세 자녀를 키웠다고 했다. 자녀들은 모두 결혼했고 지금은 투표소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단다. 그녀의 모습에서 이민 1세의 힘든 흔적이 보였지만 자녀와 비즈니스 이야기를 할 때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투표소 근무자는 총 13명, LA카운티 정부 여러 부서에서 나온 직원이 10명이고 나머지 3명이 자원봉사자였다. 다음 날 아침 한가해서 밖에 나갔더니 멀리서 그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했냐고 묻자 아들이 한인은 무조건 찍으라고 했단다.   본인 확인 등의 절차를 거처 그녀를 보딩 부스로 안내했다. BMD (Ballot Marking Divice) 사용법을 알려주며 투표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BMD는 자동화한 투표 기기로 사용법이 간단하며 여러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한글 선택도 가능하다. 한인뿐 아니라 사용법을 묻는 유권자들이 많다.   그녀는 무사히 투표를 마쳤다. 그녀가 미국 생활 51년 만에 처음으로 투표했다고 소개하자 모두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었다.   120년이 넘는 한인 이민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분들이 많다. 한인 사회의 성장에는 이들의 역할이 많았지만 말과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선 미국사회에 묵묵히 적응하며 경제력을 키우고 자녀를 훌륭하게 교육한 보통 한인들의 공로도 크다.       이제는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소수계인 한인 사회가 제대로 인정을 받고 권리를 주장하려면 투표를 통해 정치인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사는 우리 자녀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투표 참여 투표소 근처 투표소 근무자 투표소 입구

2024-04-01

[열린 광장] 투표소에 비쳐진 미국의 모습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중간선거 투표 기간이었다. 8일이 투표일이었지만 LA카운티는 4일간 투표소를 열었다. 처음 투표소에서 일하게 된 것은 6년 전 LA카운티 직원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투표소에 한인 봉사자가 너무 없어 민망하다는 것이었다. 투표 당일, 팀 리더 포함 12명 모두가 봉사자들이었다. 카운티 직원은 오전, 오후 잠깐 돌아보고 돌아갔다.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에, 남자는 투표함을 집결장소까지 운반해야 했다. 각 투표장에서 온 많은 차량으로 인해 밤 11시가 돼서야  인수인계가 끝났다.   이번에는 투표를 4일에 걸쳐 하니 좀 쉬울 것 같았다. 자녀교육 등 미국에 신세를 진 게 많아 커뮤니티 봉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투표소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처음 일할 때는 두꺼운 유권자 명부로 투표인을 확인했는데 지금은 조그마한 이폴북(epollbook)으로 대체됐다. 기표소도 BMD(Ballot Marking Device)라는 투표 부스로 바뀌었다. 완전히 디지털화한 것이다. 직원들 중 아시아계는 필자와 홍콩, 대만계 등 3명이었다. 30대 백인 여성이 많았고 흑인도 몇 명 있어 미국의 인종 구성과 비슷했다.   투표소 직원은 총 8시간의 사전교육을 받는다. 4시간은 지정된 장소에 가서 등록된 투표인을 확인하는 이폴북 사용법을 배우고 4시간은 온라인으로 BMD 사용법을 교육받는다.   처음 3일간은 투표소가 한가했다. 투표소를 찾는 사람들은 백인뿐이었다. 투표소 입구에서 BMD 사용법이 적힌 안내서를 나눠줬지만 상당수가 사용법을 몰라 도움을 요청했다.     투표 당일, 종일 투표소가 붐볐다. 내가 일한 라미라다 투표소는 소수계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지만 당일 투표소에는 백인 유권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편투표를 한 투표지를 갖고 와 투표소 내 투표함에 넣고 가는 경우도 꽤 있었다. 한인을 비롯한 소수계는 우편투표를 많이 했을 것이다.     백인들이 굳이 투표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시민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주권을 직접 행사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어서는 아닐까? 비가 쏟아지는데도 투표소를 찾는 그들은 투표를 통해 본인 의사를 표현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투표소의 진행 과정은 마지막까지 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마지막에 투표가 완료된 투표지와 BMD에 찍힌 숫자를 일일이 손으로 세어서 확인하는 과정도 두세번 거친다. 절대 신뢰사회 이것이 미국이다.   점심은 각자 6달러씩 모아 샌드위치, 닭튀김, 샐러드, 음료수 등을 사 해결했다. 매번 투표소에서 느낀 것이지만 이들의 소박한 옷차림, 간편한 식사, 적은 보수에도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강행군에도 짜증 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틈만 나면 웃고 떠들었다. 넘쳐나는 긍정적인 에너지, 이것이 미국의 힘이고 저력인 것 같았다.   같은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 이것이 보통 미국 사람들의 삶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에게서 자신을 비하하거나 우울해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 광장 미국 투표소 투표소 직원 투표소 풍경 투표소 입구

2022-11-29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